지금 돌아보면, 이 모든 일의 시작은 멍울이 만져졌던 순간이었다.
어느 날 우연히 샤워중 평소와는 다른 감각이 느껴졌다.
처음에는 별거 아니겠지, 수유할 때 뭉쳐있던게 남아있는거 아닐까? 하는 생각이 들어 넘겼다.
유방암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고, 설마 하는 마음이 더 컸다.
하지만, 몇달이 지나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고
명확하게 “이상하다”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분명한 멍울이었다.
멍울이 느껴졌다고 해서 바로 병원에 가야겠다고 결심한 건 아니었다.
아프지도 않았고, 생활에 불편함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. 그래서 며칠은 괜히 신경 쓰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았다. 인터넷에서 흔히 보던 이야기처럼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.
그 멍울은 주기적으로 계속 신경에 걸렸다.
하지만 바쁜 하루하루 속에서 금방 잊히기도 했고,
‘건강검진 때 확인해보지 뭐’ 하는 생각으로 시간은 또 흘러갔다.
결정적인 계기는 진단 직전에 느껴졌던 찌릿한 통증이었다.
어느 순간 분명하게 느껴지는 통증이 있었다.
대화 중에도 그 통증이 오는 순간은 ‘앗—’ 하고 말을 멈춰야 할 정도였다. 순간적으로 칼로 베는 듯한 느낌이랄까.
그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.
이건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.
이번에는 꼭 병원에 가야겠다.
그 통증은, 내가 병원을 가기로 마음먹게 만든 마지막 신호였다.
신기하게도, 이 통증은 나중에 병원에서 진단 받은 이후에는 사라졌다.
두 달 정도 남은 건강검진까지 기다릴까 잠시 고민했지만, 통증을 겪고 나서는 당장 가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.
괜히 병원에 갔다가 아무 일도 아니면 다행인 거고, 혹시라도 문제가 있다면 지금 아는 게 낫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.
그런데 병원 예약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.
부산에 있었고, 큰 병원을 원했던 것도 아니었지만 여의사가 있는 괜찮아 보이는 병원 몇 군데에 전화를 돌렸는데
모두 가장 빠른 예약 날짜가 1-2달 뒤 라는 답이 돌아왔다.
그때까진 기다릴 수가 없었다.
다행히 예전에 다녔던 산부인과에 외과가 있었고,
2주 정도 뒤로 예약을 잡을 수 있었다.
그때는 몰랐다. 이 선택이 이후의 검사와 진단, 치료까지 이어지게 될 줄은.
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그날을 다시 떠올리면 한 가지는 분명하다.
그 멍울과 통증을 ‘괜찮겠지’라고 넘기지 않았다는 것.
그게 이 긴 여정의 시작이었다.
혹시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비슷한 망설임의 순간에 있다면, 이 이야기가 작은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.
'30대 유방암 기록' 카테고리의 다른 글
| 30대의 유방암 기록을 시작하며, 진단부터 치료까지, 천천히 남깁니다 (0) | 2026.01.12 |
|---|